혼천의(渾天儀)
세종 때 만들어진 천체의 운행과 그 위치를 측정하여 천문시계의 구실을 하였던 기구를 가리킨다.
선기옥형(璇璣玉衡)·혼의(渾儀)·혼의기(渾儀器)라고도 한다. 고대 중국의 우주관이던 혼천설에 기초를 두어 BC 2세기경 중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확실한 자료가 없어 추론에 불과하나, 삼국시대 후기에서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만들어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기록상으로는 <<증보문헌비고>> 상위고(象緯考) 의상(儀象)조에 1433년(세종 15) 정초(鄭招)·정인지(鄭麟趾) 등이 고전을 조사하고 이천(李)·장영실(蔣英實) 등이 그 제작을 감독하였다고 되어 있다. 이때 혼천의는 원(元)나라의 학자 오징(吳澄)이 쓴 찬언(纂言)에 기재된 바에 따라 칠목(漆木)으로 만들고, 다시 구리를 부어 만들었다. 또 1548년(명종 3)에는 관상감(觀象監)에서 혼천의를 만들어 홍문관(弘文館)에 두었다. 이어 1601년(선조 34) 영의정 이항복(李恒福)에게 명하여 혼천의를 만들도록 했다. 이로부터 천문학의 기본적인 기구로서 조선시대 천문역법(天文曆法)의 표준시계와 같은 구실을 하게 되어 1657년(효종 8)에는 최유지(崔攸之)가, 1669년(현종 10)에는 이민철(李敏哲)과 송이영(宋以穎)이 각각 만들었다. 이 중 송이영의 것은 서양식 자명종의 원리와 특징을 잘 살펴 추(錘)를 시계장치의 동력으로 이용한 것이다.
현재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보존된 송이영의 혼천의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혼천의는 두 추의 운동에 의하여 움직이는 시계장치와 여러 개의 톱니바퀴에 의하여 연결되었는데, 이는 육합의(六合儀)·삼진의(三辰儀)·지구의(地球儀)의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육합의는 24향(向)의 글자가 새겨진 지평환(地平環), 수직으로 주천도(周天度)가 새겨져 있는 천경흑쌍환(天經黑雙環), 위로 36° 기운 북극과 아래로 36° 기운 남극에 걸쳐 주천도가 새겨진 천위적단환(天緯赤單環)으로 이루어져, 동서남북·천정(天頂)·천저(天底)를 정하게 되어 있다.
삼진의는 삼진의 흑쌍환(黑雙環)·적도단환(赤道單環)·황도단환(黃道單環), 그 안에 백도단환(白道單環), 제일 안에 양극의 축에 걸쳐 있는 흑도단환(黑道單環) 등으로 이루어졌다. 흑도단환에는 12궁(宮)·24기(氣)와 28수(宿)가 양면에 각각 새겨지고 360으로 분할되어 있으며, 백도단환에는 27개의 못으로 분할하여 28수를 나타냈다. 지구의는 남북극을 축으로 시계장치에 연결하여 1일 1회전하게 하였다.
광화문 (2009.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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