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Green eye님)

 

 

엉겅퀴의 노래 / 복효근

 

  

 

들꽃이려거든 엉겅퀴이리라
꽃 핀 내 가슴 들여다보라
수없이 밟히고 베인 자리마다
돋은 가시를 보리라
하나의 꽃이 사랑이기까지
하나의 사랑이 꽃이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잃고 또
떠나야 하는지
이제는
들꽃이거든 가시 돋힌 엉겅퀴이리라
사랑이거든 가시 돋힌 들꽃이리라
척박한 땅 깊이 뿌리 뻗으며
함부로 꺾으려드는 손길에
선연한 핏멍울을 보여주리라
그렇지 않고 어찌 사랑한다 할 수 있으랴
그리고
보라빛 꽃을 보여주리라
사랑을 보여주리라 마침내는
꽃도 잎도 져버린 겨울날
누군가 또 잃고 떠나
앓는 가슴 있거든
그의 끓는 약탕관에 스몄다가
그 가슴 속 보라빛 꽃으로 맺히리라

 

 

 

                                          

(사진/ Green eye님)

 

 

엉겅퀴꽃 / 신형건

 

 

 

아하! 그랬었구나

 

 

나더러 그냥 이만치 떨어져서

얼굴만 바라보라고,

그러다가 행여 마음이 끌리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향내나 맡으라고

 

 

짐짓 사나운 척, 네가

날카로운 가시를

찌를 듯 세우고 있는 것은

 

 

하지만 내가 어찌 참을 수 있었겠니?

 

 

떨리는 손끝으로

조심조심 쓰다듬어 보니

그 뾰족한 가시마저

이렇게 보드라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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